제주 동북쪽 김녕리에 위치한 만장굴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용암동굴이다. 약 13km의 길이 중 1km만 일반에 공개돼 있지만, 그 짧은 구간 안에서도 자연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광경을 체감할 수 있다. 걷다 보면 용암이 흘러간 흔적과 천장에서 떨어져 굳은 용암종유, 벽면을 타고 흐른 곡선 자국까지 지질 교과서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다.
동굴 안은 사계절 내내 약 11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여름에는 외부보다 훨씬 시원해 천연 에어컨처럼 느껴지고, 겨울엔 실외보다 포근해 실내 여행지로도 적합하다. 출입은 일방향 왕복 코스로 구성돼 있어 입구에서 약 1km 걷고 돌아오며 총 4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처음 들어설 때는 어둡고 습한 기운에 당황할 수 있지만, 바닥 조명과 벽 조명이 충분히 설치돼 있어 관람은 어렵지 않다.
가장 유명한 구간은 끝 지점에 자리한 ‘용암석주’다. 높이 7.6m에 달하는 이 기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용암 기둥 중 하나로 평가된다. 천장에서 흘러내리던 용암이 그대로 굳은 형태로, 지구의 움직임이 그대로 고정된 듯한 인상을 준다. 걸어가는 길 중간중간에도 다양한 용암 지형이 관찰되며, 각 지점마다 해설판이 배치돼 있어 동굴 지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복장은 간단하게 준비하면 된다. 반팔 위에 얇은 겉옷을 하나 걸치고 운동화를 신으면 적당하다. 슬리퍼나 굽 있는 신발은 지양해야 하며, 내부 바닥이 물기로 미끄러운 구간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플래시 촬영과 삼각대 사용은 금지되며, 조용히 관람하는 분위기인 만큼 아이들과 함께 입장 시 안전 유의가 필요하다. 유모차나 휠체어는 내부 진입이 어렵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만 6세 이하는 무료다.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10분이며, 매월 첫째 수요일은 휴관이다. 대형 무료 주차장이 입구 인근에 마련돼 있으며, 관광버스 이용도 용이하다. 별도 예약 없이 당일 현장 발권이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오전 10시 이전 입장이 가장 쾌적하다.
만장굴은 단순한 동굴 관광지를 넘어, 제주도의 화산섬 정체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은 자연학습 코스이며, 혼자서 사색하며 걷는 코스로도 손색없다. 관람 후에는 김녕 해변, 월정리 해변, 김녕미로공원 등 인근 관광지와 함께 연계하면 반나절 일정이 알차게 구성된다. 바람 많은 김녕 바닷가와 조용한 감성 카페 거리까지 함께 돌아보는 일정을 추천한다.
제주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만장굴은 좋은 선택이 된다.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걸으며 느껴지는 지구의 결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의 흔적 속에서 걷는 이 길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지질 여행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