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서쪽 끝자락, 천사대교를 건너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열린다. 섬의 고장 신안은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섬마다 개성과 콘셉트를 살린 관광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퍼플섬과 병풍도, 자은도는 감성적인 풍경과 독특한 테마로 주목받고 있는 명소들이다.
퍼플섬은 신안 반월도와 박지도 두 개의 섬을 연결한 공간으로, 전역이 보랏빛으로 꾸며진 테마 관광지다. 다리부터 벤치, 지붕, 심지어 길가의 돌담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장식돼 있어 ‘보라색 마을’이라 불린다. 퍼플섬으로 가는 해상 보행교 역시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으며, 섬 내부에는 라벤더 정원과 퍼플 카페 등 볼거리와 휴식 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입장권은 유료로 운영되며, 신안군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방문 시에는 보라색 아이템을 착용하면 할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행 전 준비해두는 것도 좋다. 섬 곳곳은 도보로 천천히 둘러보기에 적당하며, 사진 명소로 SNS에서도 자주 회자된다.
병풍도는 해안선을 따라 병풍처럼 둘러싸인 절벽 지형이 특징인 섬이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병풍바위길이라 불리는 산책로는 드라마틱한 풍경을 제공한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과 절벽이 맞닿은 선명한 수직 풍경이 펼쳐져, 걷기만 해도 경이로운 경험이 된다. 섬 전체가 하나의 트레킹 코스로 활용될 수 있으며, 도보 난이도는 중간 수준이다.
자은도는 신안 섬 여행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사대교를 지나 차량으로 진입이 가능하며, 인프라와 숙소도 잘 갖춰져 있어 1박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자은도 백길해변은 새하얀 백사장이 넓게 펼쳐지는 명소로, 일몰 시간에 맞춰 찾으면 수평선 너머로 붉게 번지는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다른 볼거리로는 해상 스카이워크와 조각 공원, 갯벌 체험장이 있다. 자은도 해변 인근에는 캠핑장이 조성돼 있어 텐트를 펼치고 바다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관광객도 많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여행자에게 특히 어울리는 섬이다.
신안은 전체적으로 차량 이동이 필수인 지역이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교량망이 잘 발달돼 있어 자차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하루에 여러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천사대교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함께 바다 위를 질주하는 느낌을 주며, 드라이브 명소로도 손꼽힌다.
전남 목포에서 출발해 천사대교를 타고 자은도와 암태도, 안좌도, 팔금도 등을 연계하는 코스를 구성하면 알찬 하루 일정이 완성된다. 중간중간 신안 특산물 직판장과 해산물 식당도 많아 식도락 코스로도 제격이다.
신안은 단순히 섬이 많은 지역이 아니라, 각 섬마다 테마를 부여해 ‘1004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섬을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으로, 퍼플섬 외에도 핑크섬, 노란섬 등 컬러 시리즈가 순차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섬 여행을 원한다면 신안은 꼭 들러야 할 목적지다. 계절마다 다른 바다색, 섬 특유의 여유로움, 그리고 완성도 높은 관광 동선은 ‘요즘 국내 여행’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