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이 매년 봄 ‘어촌 문화의 장’으로 거듭난다. 지역 대표 행사인 광안리 어방축제는 조선시대 어업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축제로, 올해로 20회째를 맞았다. ‘어방’이란 여러 어민이 함께 배를 띄우고 그물을 펼쳐 고기를 잡는 협동 방식의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다.
이 축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실제로 ‘고기잡이’가 벌어진다. 어촌 공동체 문화에 뿌리를 둔 이 행사는 매년 수만 명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수영구청 주최로 광안리 백사장을 무대로 대규모 체험, 공연, 먹거리 장터 등이 펼쳐졌다.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어방 퍼레이드’다. 전통 복장을 한 주민들과 퍼포머들이 어방 북과 징을 치며 해변로를 따라 행진했다. 바다 쪽에서는 어선을 동원한 해상 퍼레이드도 진행돼,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퍼레이드는 광안리 바다를 무대로 삼은 하나의 문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체험 행사는 해변 앞 얕은 수역에서 열린 ‘맨손 물고기 잡기’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바다 속에 방류된 고등어, 숭어, 전어 등을 맨손으로 쫓는 체험이다. 참가자는 “처음엔 겁이 났는데, 직접 고기를 잡아보니 짜릿했다”고 말했다. 체험 후에는 포획한 고기 일부를 직접 가져갈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물총 놀이존과 미끄럼틀이 있는 수경 놀이터는 유아 전용이며, 해양생물 색칠하기, 어업 도구 만들기 체험은 교육적 요소도 함께 갖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놀기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도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축제의 먹거리존은 어른들의 발길을 붙든다. 싱싱한 멸치회, 가자미구이, 전복죽을 비롯해 부산 명물 어묵과 해물 부침개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광안리 현지 어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부스는 식재료의 신선함과 가성비 면에서 큰 만족도를 줬다.
축제장 인근에는 광안리 시장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거리도 축제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민락
수변공원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로, 축제 관람 후 산책이나 피크닉 코스로 연계할 수 있다.
주차는 광안리 해변 공영주차장, 민락동 주차장 등지에 가능하다. 다만 축제 기간에는 혼잡하므로 부산 지하철 2호선 ‘광안역’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행사장 내 일부 체험은 온라인 사전 신청을 받았으며, 대부분 현장 접수로 운영됐다.
축제는 매년 봄 개최되며, 보통 5월 초 주말 3일간 진행된다. 체험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일부 유료 부스가 혼재되어 있다. 물고기 잡기 체험은 인원 제한이 있으므로, 아침 일찍 도착해 접수하는 것이 좋다.
지역 주민 참여도 눈에 띈다. 수영구청, 지역 어촌계,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축제를 준비하며, 지역 청년들도 행사 운영과 사회자로 참여해 활기를 더했다. 올해 행사에는 약 70여 개 체험 부스와 10여 대의 어선이 동원돼 규모 면에서도 역대급이었다.
광안리 어방축제는 단순한 관광 이벤트가 아닌,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는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양도시 부산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이 현장은, 도시형 바다 축제의 이상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광안대교 야경과 어우러지는 축제 풍경은 방문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다. 저녁 시간대가 되면 해변은 조명과 음악으로 물들고, 시민과 관광객은 피크닉 매트를 펴고 바다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올해 축제를 놓쳤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광안리는 사계절 내내 열리는 마켓과 버스킹, 야경 투어 등으로 꾸준한 매력을 가진 지역이다. 특히 내년 어방축제는 21회를 맞아 더욱 확대된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봄바다의 생동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 축제, 올해에는 꼭 미리 계획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