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고도 나주는 역사와 자연, 먹거리, 감성을 모두 품은 전남의 보석 같은 도시다. 나주읍성 한옥마을과 정겨운 골목길, 황포돛배가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곰탕 맛집까지 하루로는 아쉬운 매력을 지녔다. 옛것을 간직하면서도 감성적으로 재해석된 이곳은 역사 탐방과 휴식을 함께 즐기기에 최적의 여행지다.
여행의 시작은 나주목문화관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조선시대 관아를 재현한 이 공간은 나주목의 중심 건물인 금성관과 연결돼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조선 후기의 지방행정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넓은 마당과 솟을대문, 정수루와 외삼문은 모두 원형 복원 구조로, 관람객이 실제 공간을 오가며 역사 속으로 들어간 듯한 체험이 가능하다.
도보 5분 거리에는 나주읍성 동점문이 있다. 조선 시대에 축조된 석축 성문으로, 동서남북 4대문 중 가장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 이 문을 기점으로 나주 한옥거리가 이어지며, 곳곳에 정갈한 기와집과 전통 한복 대여점, 한옥카페가 분포해 있다. 특히 한복을 입고 골목을 거닐면 마치 시대극의 한 장면처럼 사진이 연출돼 MZ세대 방문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주천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한적하고 아름답다. 이 물길은 한옥마을 뒤편으로 조용히 흐르며, 나무데크와 돌다리, 흰 벤치 등이 어우러져 산책 코스로 훌륭하다. 봄에는 유채와 벚꽃이, 여름에는 연꽃과 수국이 피며, 계절마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걷다 보면 마주치는 작은 갤러리나 전통찻집은 여행에 여유를 더한다.
강변 쪽으로 이동하면 나주의 대표 체험인 황포돛배 유람을 즐길 수 있다. 영산강 둔치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출발하며, 전통 돛을 단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약 40분간 유유히 흐른다. 갈대숲과 철새, 둔치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며, 돛배 안에서는 간단한 해설과 함께 포토타임도 제공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특히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아, 이른 시간 탑승을 추천한다.
배에서 내린 뒤에는 도보로 5분 거리인 영산포 홍어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일대는 오래전부터 홍어 유통 중심지로 발전한 곳으로, 수십 년 내력의 홍어 전문점이 밀집해 있다. 매콤한 홍탁삼합이나 숙성 홍어를 처음 접하는 여행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세트 메뉴가 준비돼 있다.
나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음식은 단연 곰탕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나주곰탕’은 깊고 담백한 맛으로 많은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하얀집, 노안집, 곰탕시대, 영진식당은 지역민 추천 맛집으로 꼽히며, 늦은 점심시간에도 대기가 이어질 정도다. 수육 곰탕이나 특곰탕은 푸짐한 고기와 국물의 조화가 훌륭하다.
식사 후에는 나주혁신도시 중앙호수공원에서 산책을 추천한다. 혁신도시 중심에 자리 잡은 이 공원은 넓은 호수와 산책로, 야외무대, 잔디밭이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 휴식 공간으로 좋다. 저녁이 되면 호수 위로 조명이 켜지며 분위기 있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고, 계절마다 소규모 플리마켓과 공연도 열린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경우 국립나주박물관은 빠질 수 없는 코스다. 이곳은 마한 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유물을 다루며, 특히 마한 금동관 등 희귀 유물이 다수 전시돼 있다.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과 오디오 가이드가 잘 갖춰져 있어 가족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다. 근처에는 나주 영상테마파크도 위치해 있는데, 조선시대 촬영 세트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이색적인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나주 근교에는 드라이브 코스로 적합한 명소도 많다. 다도면 메타세쿼이아길은 왕복 약 2km 구간의 숲길로, 봄에는 연두빛 터널이, 가을에는 붉은 낙엽길이 펼쳐진다. 인근에는 숨겨진 장미정원이나 수국길도 있어 SNS 인증샷을 원하는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남평양수장미원은 매년 5월~6월 장미축제가 열리며 지역민 추천 힐링 스폿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는 KTX를 이용하면 용산역~나주역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광주송정역에서는 일반열차 또는 버스로 약 30분 거리다. 시내버스는 주요 문화시설과 연계돼 있고, 택시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관광지 대부분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자차 여행에도 불편이 없다.
나주는 역사 속 고즈넉함과 남도의 여유, 그리고 진한 맛이 어우러지는 여행지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골목을 따라 발길 가는 대로 걸어보는 것도 나주를 더 깊이 만나는 방법이다. 당일치기든, 1박 2일이든, 천천히 머물러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곳이다.